쉐핑(서서평 徐敘平 Elizabeth J. Shepping ) 선교사

예수의 복음을 믿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그분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고 은혜 받는 일에는 열중하지만, 헐벗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일에는 등한히 하기 쉽고, 또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려고 힘써서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평생을 소외받는 한센병 환자와 빈곤한 걸인들을 위하여 몸바쳐 일한 최흥종 목사와 간호사로서 불우 여성교육을 위하여 헌신한 서서평 선교사는 진실로 예수 정신의 참 실천자라 하겠다.

서서평 여사(Miss Elizabeth J. Shepping)는 제중병원의 간호사이면서 금정교회에서 부인 조력회를 설립하여 여성운동을 전개하고, 이일학교를 설립하여 불우여성의 교육에 매진하였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간호학회를 설립 운영하였고 특히 불우여성을 돕는 일에 힘씀으로써 많은 공로를 남긴 여성 운동가이다.

먼저 서서평 여사는 1880년 9월 26일 독일에서 출생하였는데, 일찍 부친이 사망하고 모친이 미국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에 조모 밑에서 자랐으나 뒤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뉴욕 교육대학과 성 마가병원 간호학교를 졸업하여 간호사로 근무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선교에 뜻을 두고 뉴욕 성서대학을 졸업한 뒤에 1912년 미국 남장로교의 파송을 받아 광주 제중병원에서 의료활동과 복음전도에 힘쓴다. 그때 제중병원(현 기독병원)은 나병치료와 폐결핵의 진료소로서 예수의 사랑을 실현하던 요양소인데, 유명한 윌슨 선교사와 최흥종 장로가 이 일을 위하여 일하고 있었다. 서서평 선교사는 1917년에 잠시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면서 간호학교 교사로서 일하기도 하였지만, 1919년 봄에 다시 광주 제중병원으로 돌아와서 줄곧 봉사를 하게 된다. 서서평 선교사는 1922년에 배움의 기회를 잃은 불우여성과 결혼에 실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간이학교를 설립하여 문맹퇴치를 하고 성경과 생활기술 등을 가르쳤으니 이것이 ‘이일성경학교’이다. 양림동 선교사 마을 앞에 건물을 짓는데 후원한 스테판 닐을 기념하여 이일 성경학교(Neel Bible college)라 이름하였으며, 30년대 말 신사참배 반대로 폐교하였으나 해방 후 복교하여 전주로 이전 한일신학대학의 전신이 된다.

또한 서서평 선교사는 1922년에 부인 조력회(현 여전도회)를 전국에서 최초로 금정교회 안에 설립하여 교회여성운동을 일으켰고, 1923년에는 조선 간호학회를 설립하여 10년간 회장으로 봉사하였다.  한편 서서평 여사는 최흥종 목사를 오라버니로 존경하면서(1880년 같은 해 출생이지만 최목사가 5월 4일생으로 빠르다) 그의 사업에 협력하였으니, 부동교 밑의 거지와 부랑아를 돌보는 일에도 힘썼고, 3․1운동 때 최흥종 목사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서서평 여사는 영어성경과 영어책을 차입하여 영어공부를 하게 함으로써 후일 최목사의  시베리아 선교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10여명의 불우여성을 양녀로 맞이하여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았다. 박해라(朴海羅) 전도사와 조아라(曺亞羅) 여사도 이일학교 선생으로 서서평 여사의 동역자로 일하였다. 그런데 서서평 선교사는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위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친 사랑의 사도였다. 헐벗은 사람을 보면 자기 옷을 벗어 입히고, 굶주린 사람에게는 자기 먹을 것을 다 주고 항상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등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그녀는 월급 중 반은 교회에 바치고 나머지 반은 장학금과 구제비로 쓰고 그 나머지조차 남을 위하여 썼다고 한다. 그녀가 1934년 6월 26일 별세하였을 때 그 집에는 밀가루 두 홉 밖에 남은 것이 없었으며, 마지막 남은 시신도 병원에 기증하여 의학연구에 쓰도록 하였으니, 그녀는 바로 성녀라 하겠다. 광주 최초의 사회장으로 장례식을 치루었는데, 걸인으로부터 은행가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의 조객들이 참석하였음은 그녀의 헌신적인 이웃사랑이 보여준 보람인 것이다. 그녀는 호신대 앞의 선교사 묘지에 안장되었고 그의 기념비는 전주의 한일신학대학 교정에 옮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