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장님에게 광주YMCA란?
저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1907년 영적 대 부흥이 일어난 것, 이것은 YMCA정신에 투철한 열린 선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풍전등화의 나라 운명 앞에 흔들리고 쓰러지는 마음들을 묶어주는 끈이 되었고 절망하는 땅의 가슴들을 하늘의 빛으로 이어주는 끈이 되었습니다. 특히 YMCA운동은 기독교의 영성운동이 사회적 실천운동으로 결실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끈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광주YMCA는 교계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를 밝게 비출 수 있는 운동의 본질을 담고 있는 그릇입니다. 광주YMCA는 지역사회와 국내외 세상을 청년 예수의 시각(영성)으로 새로운 역사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한걸음 앞장서서 실천하는 끈의 역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이사장으로서 광주YMCA를 통해 펼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연합(union, unity)입니다. 김천배 선생님이 백제실 정면에 라틴어로 기록해 두었던 ‘ut omnes unum sint (저희로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표어는 제가 YMCA운동을 할 때 항상 푯대이자 바탕이 되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연합하신 것처럼 십자가를 진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하나님과 믿음과 사랑으로 연합이 됩니다. 이것이 YMCA 사람들이 지니는 영성의 첫 바탕입니다. 둘째는 하나님을 믿는 무리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수평적인 연합입니다. 전문지도력과 유지지도력의 연합이 여기에 포함되며, 전문-유지 공영은 서로의 역할과 특성은 다르지만 동일한 본질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며 상보적(相補的)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소중한 역사를 지닌 광주YMCA가 이러한 연합의 표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YMCA”의 Y 곧 “Young”은 우리 헌장과 목적문의 내용처럼 개인 따로따로의 젊은이라기보다는 하나로 뭉쳐지는 연합을 전제로 하는 젊은이들을 뜻합니다(“Y 연합”). “M” 곧 “Men”은 Challenge 21(1998)의 정신처럼 “사람들” 곧 남성과 여성이 이 지구의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위해 연합하여 동등하고 중요한 동역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M연합”). “C” 곧 “Christian”은 ‘저희로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말씀에 집약이 되어 있습니다. 서로 섬기고 연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기독교인입니다. 요한복음 17:21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과 일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신 목적이자 예수를 따르는 YMCA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심층적인 연합입니다(“C연합”). 끝으로 “A” 곧 “Association”은 “회(會)”이며, 서로 다른 개체들이 모여 서로 채워주고 기워주고 지탱해줌으로써 유기적인 통일체 곧 시스템을 이루게 되는데 이 통일적인 연합체가 광주YMCA입니다. 이것은 기능적인 연합입니다(“A연합”). 이 ‘회(會)’는 호남지역 YMCA협의체, YMCA전국연맹, 아시아태평양연맹, 세계연맹 등 연합의 층들과 끈으로 층층이 연결이 되어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고 함께 지탱해주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광주YMCA가 지금까지 국내 YMCA 운동에서 그 나름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자산 때문도, 건물 때문도 아니고 바로 이러한 연합을 통한 선한 영향력 때문입니다. 이 사회 속의 거점과 거점들을 연결하고 통합하고 조직해 낼 수 있는 건강한 연합력을 바탕으로 제3섹터의 다른 NGO들이나 교회와의 결합, 제2섹터의 시장 부문과의 긴장과 협업 관계, 제1섹터와의 협치 등도 건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3.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연합의 위기와 연합의 재시도입니다. 제가 이사장을 맡았을 때 광주YMCA는 약 20년 동안 지속되어온 패러다임이 한계를 노정하여 실무-유지 지도자들의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탁사업, 연합의 약화 등에 관련된 비판적인 성찰, 곧 YMCA가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 매우 고조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광주YMCA는 먼저 수년간의 논의를 집약하여 운영이사회와 실무진 그리고 재단이사회까지 참여하여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기꺼이 수고하여 주시는 유지-실무 지도자들께 감사를 드리며 선한 열매 맺기를 기대합니다.
정체성 상실 비판은 앞서 말씀 드린 연합의 청년성(Y연합), 자원의 연합(M연합), 심층적 연합(C연합), YMCA 고유한 여러 층위의 기능적 연합(A연합) 등이 약화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청년성과 심층적 연합의 회복, 자원의 충실화, 다층적 연합의 내실화 등이 필요합니다. 간신히 캠퍼스 고교Y가 오랜만에 소생할 조짐을 보인 것이나, 실무들의 성경공부와 교회 출석, 선교위원회 등을 통한 교회와 결합 시도 등은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국제위원회의 교류와 지원활동, 제3세계에 대한 시야 확대, 제1섹터와의 협치인 청소년들의 해외자원봉사, 아태동맹 활동, 제2섹터 협업의 결실인 리틀야구단을 매개로 세계동맹과의 연결 등은 로컬로서 광주YMCA의 끈이 지구를 돌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한중일 YMCA가 함께 만드는 역사 교과서로 3국 청소년들이 동북아 근현대사를 체험으로 배우는 한중일 평화회의, 광주YMCA가 추동하여 요코하마와 상하이 YMCA와 함께 한 후지산 캠프장의 평화의 종 제작 설치 등도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의 노력으로서 기억에 남습니다.
질병, 급여, 관계 등 여러가지 사유로 전문지도력으로 계속 성장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실무지도력이나, 어떤 사유로든지 섭섭한 마음으로 떠난 유지지도력이나, 생명과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는 YMCA로서는 먼저 화해를 위해 잠시나마 그 분들의 소리를 겸허히 듣기 위해 조촐하나마 한번 그 분들을 모시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유지-실무 지도력의 협조로 홈커밍데이를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서먹한 시간의 간격을 넘어 진솔한 이야기들을 가슴에 담고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맞춘 참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이를 통하여 실무의 복지에 대한 책임감이 유지지도자들에게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는 할 수 있는 한 성의껏 급여를 더 드려보자고 유지지도자들이 합의해주셨습니다.
YMCA 핵심가치의 하나인 평화 또는 화평은 우리 안에서 먼저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원인이야 어쨌든 서로 냉랭한 사이가 된 국제 Y’s Men(“YMCA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만사에 우선하여 부지런히 서로 만나고 의논하고 협의를 하였습니다. 함께 세월호 현장 진도를 가고, 서로의 집회에 참여하여 격려함으로써 국제Y’s Men 남부지구도 나름대로 헌장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광주YMCA도 좀 더 따스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제 두 단체가 서로 뜨거워진 열정을 순수한 정신으로 광주YMCA의 청소년 운동을 위해 힘써 발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쉬웠던 것은 세월호 사건입니다. 그 당시 고된 근무에도 아랑곳없이 팽목항을 수시로 왕래한 실무지도자들과 유지지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거대하고 고약스런 사건인 만큼 광주YMCA가 노력하고 바란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요코하마YMCA나 광주 시민들이 우리의 뜻에 동참해 준 것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3. 임기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광주YMCA와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가요?
광주YMCA로 행복한 회원들, 복된 유지·전문 지도자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광주YMCA는 완전한 조직체가 아닙니다. 고(故) 윤영규 제26대 이사장님께서, YMCA의 역삼각형은 팽이처럼 계속 돌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YMCA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싶은 부족한 점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기도해주고 세워주면 젖 먹던 힘까지도 날 것입니다. 회원들께서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부단히 노력해온 광주YMCA가 정의로운 평화(JustPeace)와 생명을 위한 연합 사역을 다 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평화 가득한 성탄, 복된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